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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우듬지가 하늘과 맞닿아 있다. 나무가 오랜 세월 조금씩 조금씩 가지를 뻗어 하늘을 향해 낸 길을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각하는 순간 무심히 올려다 본 소나무의 ‘평범한’ 모습은 생명과 삶의 신비로움으로까지 확장된다.

 

송전탑 전선줄에 걸린 낮달이라든지 햇볕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마루 널의 나이테 문양, 해안가 바위, 심지어 경작지의 비닐하우스 같은 사물조차도 때때로 우리를 깊은 사유의 영역으로 이끈다.

 

아름답거나 비참하거나, 극적인 것. 즉 ‘사진으로 찍어놓아야 할 만큼 흥미로운 것’들만이 피사체의 주를 이루는 시대에, 사진가 양병주의 ‘아득한 視角’ 시리즈는 제목만큼이나 아득한 거리로 동떨어져 보인다. 작가 스스로 ‘명상사진’이라 명명한 이 사진들은, 즐거운 탄성도 고통스런 외침도 없이 그저 고요하다. 마치 명상의 순간이 그러하듯이.‘아득한 視角’에 대해 “자연스럽고 당연해 보이는 사실, 그 너머에 숨어있는 영적인 실재를 보려는 간절함이 작품 깊이 고여 있다.”고 한 조광호 신부의 말은, 양병주의 사진 세계 전체를 설명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평범한 일상의 풍경이라는 ‘보이는 실재’들 속에서 ‘보이지 않는 실재’를 보려는 간절함이 그의 사진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다.

 

2008년에 연 첫 전시 ‘찰나의 꿈- 아득한 곳에서 들려오는 메시지’에서부터 2010년의 두 번째 전시 ‘찰나의 꿈- 천년의 꿈, 불국사에서’, 또는 그 훨씬 이전인 월간 문화와 영성 <들숨날숨>지의 사진기자였던 때부터 일관되게 견지해 온 사진가 양병주의 작품 세계이기도 하다.

 

작가가 ‘당연해 보이는 것들’을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포착한 이 ‘보이지 않는 실재’는, 사진을 보는 이에게도 잔잔한 공명을 불어 일으킨다.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한다는 것이 명상의 사전적 언어인데, 양병주의 이 사진들은 고요히 눈을 뜨고 바라봄으로써 생각을 깊이 이끈다.

- 류가헌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