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홍석
 

노자가 그랬다.
물처럼 살라고.


물은 자기를 고집하지 않는다.


밥그릇에 담아두면 밥그릇 모양으로 되고,
맥주병에 담아두면 맥주병 모양이 되고,
호롱박에 담으면 호롱박 모양이 된다.


그러면서도 물은 자기를 잃지 않는다.


더우면 얼음이 녹아 물이 되고,
뜨거우면 자기 몸 하나 주체하지 못하는
연기로 날아가고 말지만,
물은 본시 물일뿐 물 아닌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물처럼 산다는 것일까?


개울물을 따라 흘러가다 조약돌을 만나면
보듬어 안아서 갈 줄도 알고
대의에 한 몸 보태는 일이라면
드높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어느 산골짜기 새벽에
이름 모를 꽃잎의 이슬로 머물러야 한다면,
나 홀로 남겨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겠지.


어떻게 하면 물처럼 산다는 것일까?


한 방울의 유약한 물방울로
초동들의 풀피리 위에서
이리 저리 굴려지는 몸일지라도
마지막 물 한 방울이 물 잔의 물을 넘치게 한다는
냉엄한 산 교훈을 잊지 않고 살아나 볼까?


뜨거운 햇볕에 금방 하늘로 휘날려지고 마는
연기의 생으로 이 세상을 마감할지라도,
언젠가는 시원한 소낙비가 되어
이 땅의 뭇 생명들과의 부활을
다시 꿈꾸어나 볼까?


-소금항아리'에서
-사진 양병주  www.zenphot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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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권력과 돈]에 눌려 약자의 위치에 서 있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유약한 물이 바위를 부순다는 엄연한 사실이 이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무위당(无爲堂) 장일순(張壹淳, 1928~1994) 선생님께서 제자들에게 자주 말씀 하셨다던
노자의 '물처럼 사는 삶'을 덧붙입니다.


"물은 자기를 고집하지 않는다.
둥근 그릇에선 둥글고 모진 데선 모지다.
많이 모아도 물, 작게 갈라 놓아도 물이다.
끊여 증발해도 물이요, 얼어도 물이다.
물은 자기를 고집하지 않지만 끝내 자기를 잃지 않는다.
또한 물은 아래로 아래로 흘러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한 방울의 물은 아무것도 아니나 바다의 성난 파도는 무섭다.
즉 가장 유약한 것이 가장 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