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폴의 강 18
-구상(具常, 1919~2004) 시
눈에 보이는 강의
그 땅 밑으로
또 하나의 깊고 넓은 강이
흐르고 있다.
지층地層의 망사網紗같은 눈구멍을
세로 가로 뚫으며
실로 캄캄한 어둠 속을
새벽의 날빛처럼 반짝이며
흐르고 있다.
그 백금白金의 강에는
동물이나 식물의 화석化石들과
더러는 인간의 시신屍身들이
범선帆船들처럼 떠 있고
그 죽은 오브제들이
살아서는 안으로만 품었던
꿈과
사랑과
눈물과
원한과
기도가
증기蒸氣가 되어
자욱히 서려 있다.
표백表白도 표상表象도 못하는
나의 시심詩心도 이미 함께-.
사진/양병주, 낙동강(안동시, 풍천면 광덕리), 2013. 8.